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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하디와 인연이 깊은 감독이자 작가인 스티븐 나이트의 실험적 영화 <로크>를 보았습니다.

어떤 면이 실험적이냐 하면 영화가 진행되는 85분 동안 장면도, 배우도 바꾸지 않고 오로지 운전을 하고 있는 톰 하디와 그에게 걸려오는 전화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극 중 주인공이 로크는 가정적인 아버지이자 직장에서도 신임을 받는 굳건한 사람입니다.

역사적인 시공을 내일로 앞두고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그에게 전화 한 통이 옵니다.

이 전화 한 통으로 인해 인생의 큰 위기를 마주하는 로크.

 

사실 시각적으로 스펙타클한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라 예고편을 어떻게 뽑아놨을까 궁금했는데 나름 영화를 잘 설명 해 놓은 것 같아요.

자신의 실수로 인해 일어난 사건과 문제를 대처하는 방식, 그리고 부수적인 데미지, 과거의 트라우마와 심리적 서스펜스를 감탄이 나오게 그려냈어요.

 

독립영화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영화 자체도 초저예산에다가 촬영하는데 8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분명 그 어떤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몰입감 있고 인물과 그 상황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듭니다.

좋은 각본과 감독, 그리고 배우의 삼박자가 제대로 맞아떨어진 거죠.

 

오랜만에 아 진짜 의미 있는 영화를 봤구나 싶었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한참 동안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좋은 영화는 끝나고서야 시작된다고 하잖아요.

저에게 로크가 그런 영화였습니다.

 

화면에 보이는 건 오로지 로크라는 인물과 도시의 일렁이는 불빛들.

저 조명이 로크를 감싸 오는 선택과 그에 감당해야 하는 결과를 대변하는 거 같았어요.

 

중간중간 실체가 없는 아버지와의 설전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당신이 실패했던 길을 똑같이 걷지는 않을 거라며 울분을 담아 토해내며 자신이 내린 선택을 결연하게 다집니다.

정말 사람은 유년기에 반절 (혹은 90 퍼 정도..)은 만들어진다는 게 맞는 말인 거 같아요.

그때 만들어진 트라우마는 뭐랄까 인격의 일부분을 차지하는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 장면은 많이 쓸쓸했어요.

당신만은 닮지 않을 거고 당신이 못한 것을 나는 해낼 거라며 아버지의 존재를 거부하고 혐오하지만 사실은 그 무엇보다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아버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로 인해 결코 옳다고만 말할 수 없는 선택을 내리면서 인생이 송두리째로 흔들리지요.

 

자시을 찾는 아들에게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본인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더 이상 삶이 예전과는 같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겠죠.

톰 하디 본인도 여러 인터뷰에서 아버지와의 평탄치 못했던 관계와 자신의 아들을 이야기하던걸 보아와서인지 이 장면이 특히 가슴이 아팠어요.

 

그러고 보니 비슷한 테마의 영화가 떠올라요.

폭력적인 아버지와 치유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워리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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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단단한 사람으로 나오기에 영화를 따라가면서 로크를 응원하게 만드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는 걸 아니까 기운이 빠지기도 했어요.

 

한편으론 나도 저렇게 중심이 잡혀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사 중에 아무리 나쁜 상황이라도 도망가는 게 아니라 괜찮게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엄청난 회피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요..;;

남다른 무게를 지닌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정말ㅠㅠ

 

저는 인생의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면서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일까요?

책임과 의무를 항상 인지하고 현실에만 안주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습니다.

정말로 어른이 된다는 건 어려운 일 같아요.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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