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엘르 패닝의 <갤버스턴> 영화 리뷰

한적한 주말 오후 따분하고 심심하고 왓챠 앱을 뒤적거리다가 벤 포스터, 엘르 패닝 주연의 갤버스턴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엘르 패닝은 저에게 워낙에 믿고 보는 배우이기도 하고 감독이 유명 배우인 멜라니 로랑이라는 게 끌렸어요.

아마 감독으로 맡은 작품 중 가장 최근의 영화로 알고있어요.

게다가 각본은 <트루 디텍티브>의 닉 피졸라토!

트루 디텍티브 엄청난 작품이죠..! 저는 몇 년 전에 봤다가 일주일 전에 또 정주행 했어요.

 

여차저차 재미가 검증된 영화 같아 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렇게 큰 기대를 품고 보진 않았어요. 그냥 엘르 패닝의 얼굴만 봐도 그걸로 만족이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니 가슴이 너무 먹먹해서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렸어요.

 

범죄조직의 잡다한 뒤처리와 살인 청부 일을 하는 로이 (벤 포스터).

냉담하고 까칠해 영 정 붙이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갑자기 내려서 보스의 명력에 어느 집안에 몰래 잠입하는데 무언가가 잘못됐습니다.

괴한에게 공격을 받고 그 과정에 동료는 죽습니다.

가까스로 목숨은 부지한 로이는 탈출을 하려는데 의자에 묶인 록키 (엘르 패닝)을 보고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고 구출해 같이 도망자 생활을 시작합니다.

 

록키는 나이가 무척 어리지만 가정 학대 생활을 피해 집 밖으로 도망쳐 매춘부 생활을 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없다지만 록기의 사연과 기구한 운명은 가슴이 쓰라리게 아파요.

거기에 엘르 피닝이 연기를 너무 잘했어요. 

외면으론 거친 모습을 내보이지만 아직은 한없이 여리고 상처 많은 소녀인 록키를 훌륭하게 표현했습니다.

 

같이 도망치는 과정에 홀로 집에 두고 나왔던 록키의 동생을 구출하고 기묘한 동행을 하게 되는 세 명.

바깥은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잠시 행복을 맛봅니다.

갤버스턴 해안의 모텔에서 자리 잡아 현실은 잠시 잊은 채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합니다.

 

저는 그런 이야기들이 좋은 것 같아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 변화하고 때로는 구원을 받고.

로이와 록키 둘 다 거친 인생을 살아왔기에 온통 가시로 무장해 있지만 결국엔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됩니다.

같은 아픔을 지니고 있기에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던 것이 아닐까요?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어째서 그들은 서로의 천국에 더 머물지 못했을까요?

세상이 너무나 악한 곳이어서인지 그런 아름다운 상황을 도저히 이어나갈 수가 없는 건지 너무 안타깝고 슬펐습니다.

 

영화 중간중간에 나오는 액션씬도 즐기기 좋았습니다만 이 영화의 핵심은 서로가 서로에게 방어벽을 허물고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 같아요.

그래서 결말이 더욱 충격적이고 가슴이 아프죠.

 

사실 저는 굳이 그렇게까지 잔인했어야 했나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특히 록키의 시신까지 그런 방식으로 보여준 건 과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려 한 것인지 영화적인 과장이었는지 그냥 너무 충격적이었네요..

 

그래도 감옥생활을 마치고 나온 로이가 나이를 먹고서도 갤버스턴에 돌아와 말년을 죽은 듯이 살아오다가 록키의 동생(사실은 딸이었죠)이 수소문 끝에 찾아와 왜 자신을 버리고 떠났는지를 묻던 그 결말은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이야기를 로키의 딸에게 전해준 후 찾아오는 폭풍에도 대피하지 않고 오히려 묵묵히 폭풍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마치 폭풍 같았던 록키와 자신의 인생처럼.

 

참 어렵게 찾은 사랑이었는데 그만큼 그 헤어짐은 돌이킬 수 없이 큰 흉터를 남겼겠지요.

 

가슴 조이는 이야기와 숨 막히는 액션, 감성적인 서사, 그리고 아름다운 갤버스턴 배경의 영상미까지 여러 박자에서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영화였습니다.

 


또 다른 영화의 리뷰가 궁금하다면..

 

[culture] - 영원히 너의 북극곰. 마크 러팔로의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 영화 리뷰. 왓챠플레이 추천

 

영원히 너의 북극곰. 마크 러팔로의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 영화 리뷰. 왓챠플레이 추천

영원히 너의 북극곰. 마크 러팔로의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 영화 리뷰. 왓챠플레이 추천 Infinitely Polar Bear (2014) 마크 러팔로와 조 샐다나의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 어째서 제목 번역을 안

monochronicle.tistory.com

[culture] - 잔잔한 휴먼 드라마 <프록시마 프로젝트> 영화 리뷰

 

잔잔한 휴먼 드라마 <프록시마 프로젝트> 영화 리뷰

잔잔한 휴먼 드라마 <프록시마 프로젝트> 영화 리뷰 에바 그린 주연의 프록시마 프로젝트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여성 주연의 스페이스 드라마라니, 많은 기대를 했는데요, 딱 그 정도의 영화였

monochronicle.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