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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서울 전시회 추천

 

서서히 봄이 찾아오고 있다.

전시회를 찾아 가볼 정도로 열정이 넘치지는 않았는데 항상 갔다 오면 많은 감동을 받고 온다.

이번에 덕수궁에서 열린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를 친구와 관람했다.

날이 쨍하게 풀려서 미세먼지도 없고 궁 안은 천천히 걷기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어디든 궁을 방문할 때마다 이렇게 햇볕이 쨍쨍하고 구름 한 점이 없었다.

친구가 역사를 좋아해서 덕수궁에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를 듣다 보니 벌써 국립현대미술관에 도착했다. 

 

그리고 미리 예매를 하고 가야 한다는 점..!

예매 창을 못 찾아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갔다가 부랴부랴 핸드폰으로 예매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관람기간

2021.2.4.-5,30.

 

관람시간

화, 목, 금, 일: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 마감 오후 5시)

수, 토: 오전 10시-오후 9시 (입장 마감 오후 8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익일 휴관

발권시간: 관람종료 1시간 전까지 가능

 

입장료

무료(덕수궁 별도)

 

주차

덕수궁 내에는 주차장이 없다.

인근 프라자호텔, 코리아나호텔, 한성주차장, 경향신문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등 유료 주차장 이용 가능

 

 

<소개글>

이번 전시는 1930-1940년대 경성이라는 시공간을 중심으로, '문학'과 '예술'에 헌신하며 이 역설적인 시대를 살아 내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들은 프랑스 에꼴 드 파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다방과 술집에 모여 앉아, 부조리한 현실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대 인식을 공유하며, 함께 '지식의 전위'를 부르짖은 자유로운 영혼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어떠한 사회적 모순과 몰이해 속에서도, 문학과 예술의 가치를 믿고 이를 함께 추구했던 예술가들 사이의 각별한 '연대감'을 통해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갈 추동력을 얻었다.

한국 근대기 문학인과 미술인들이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자산들을 발굴하고 소개한 이번 전시를 통해, 비록 가난하고 모순으로 가득 찼던 시대 한가운데에서도 정신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풍요롭고 '귀족적'이었던 예술가들의 멋진 신세계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밑으로는 저의 관람 기록이므로 전시회의 내용이 상세히 담겨져 있습니다. 방문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뒤의 글은 그 후에 읽어주세요!*

 


 

단연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반짝반짝 빛을 반사하는 조형물이었다. 

미술과 문학의 전시회인데 이렇게 입체적이고 키치(?)해보이는 구슬 발과 하트 모양 거울들을 보니 정말 정해둔 주제 아래 다양한 것들을 보여주는구나 감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 눈으로 봤을 때 조명을 반사하는 빛이 너무 황홀했다.

사진에는 그걸 포착할 수 없는 게 아쉽다.

 

깔끔한 선에 모더니즘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 톤도 정적이라 가만히 보고 있다 보면 차분한 느낌.

코로나 사국에 페스트라는 역병에 관한 시라니.. 아이러니해서 실소가 나왔다.

지구는 한이다-

이 공간이 제일 사진에 그 느낌이 안 잡힌 것 같다.

넓은 공간에 개인별로 쓸 수 있는 조명등이 여러 열로 놓여 있고, 도서가 담긴 검정 기둥이 우뚝 솟아있다.

정말 정보 전달만이 목적이 아닌 공간을 활용해 시간적으로 아름다움을 한껏 표현했다.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

세월의 흔적이 담긴 표지를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묘해진다. 

윤동주 시인처럼 많은 한국인의 가슴에 시리고도 따스한 감정을 불어 놓은 시인이 있을까.

 

선의 경계가 흐릿하고 그를 통해 뭉근하고 나른하기도 하고.. 그림 표면의 촉감이 느껴지는 듯했다. 

분명 어항 속 물은 투명할 텐데 어찌 저렇게 보송보송한 스웨터같이 느껴질까?

 

강가 나무의 이파리들이 바람에 흔들려 다글다글 하게 소리를 내는 게 상상되었던 그림.

햇볕에 반사되는 반짝임마저 보이는 듯 생동감을 느꼈다. 

 

이 글들을 읽고 나서는 대상의 순진무구함에 한없이 슬퍼서 가슴이 무거웠다. 

순수하다는 건 한없이 깨끗하다는 것.

티끌조차 묻지 않은 순백의 영혼이 슬픈 건 빛이 비치는 곳엔 그림자가 따라오기 마련이어서. 

 

그림을 실제로 보면 그림은 절대 2D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붓 터치마다 깊고 낮음이 있고 양감이 느껴진다. 

거친 질감이 마음에 들었던 그림.

 

그림뿐만 아니라 가슴을 툭툭 건드렸던 글귀들도 기억에 남는다.

활자의 조합이 이렇게 사람의 감정에 파동을 줄 수 있다는 게 마법같이 느껴진다. 

예술가들이야말로 연금술사다.

그리고 그것을 보며 생각과 감정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는 청자인 우리도 연금술사다.

 

마지막은 김환기 작가님의 그림과 편지글이었다. 

사람 크기만 한 커다란 캔버스에 온통 번진 점들이 모여있다. 

처음에 그림만 보면서 압도적인 감각이 있었다.

소란스럽기도 하고 묵직한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에 당황했다.

뒤편의 글을 읽고 나니 너무나도 서글퍼졌다.

얼마나 외로운지..

자신의 눈앞에 끊임없이 펼쳐진 하얀 캔버스를 작은 점들로 하나하나 채우면서 작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니 무엇을 느꼈을까, 무엇을 찾고 있었을까, 끝없는 질문 속에 나에게 다가오는 답은 마음이 아프기만 할 뿐이었다. 

작은 점들이 다 같이 모여 울음을 토해내는 것 같았다.

 

이렇게 먹먹한 가슴으로 전시장 밖을 나와보니 아까처럼 하늘은 맑았다. 

하지만 그 전보다 더욱 시리고 청명하게 느껴졌다. 

일상을 보내면서 이렇게 가슴으로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이번 전시가 너무 소중했다.

서울에 사는 게, 아니 살아있는 게 축복처럼 느껴졌다.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인간에게 가장 큰 선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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