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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상처가 될 수도 있을까요?


더 리더, 빌리엘리어트의 감독 스티븐 달드리의 영화 <디 아워스> 보았습니다.
메릴 스트립, 줄리안 무어, 니콜 키드먼 등 쟁쟁한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와 포스터를 본 순간 아 이건 보지 않아도 명작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사실 몇년전부터 볼 영화 리스트에 담겨있었는데 계속 뒤로 미루어 놓았던 영화였어요.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기도 했고 영화평도 워낙에 좋다보니 아끼던 마음이 커서였다고 할까요?
그리고 감정소모가 너무 클 것 같아 겁을 조금 먹기도 했습니다.

니콜 키드먼이 분한 버지니아 울프와 그녀의 댈러웨이 부인라는 책이 하나의 중심점이 되어 세 여자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펼쳐집니다.
사랑하는 과거의 연인을 돌보며 자신과의 싸움을 해나가는 클라리사 본. (메릴 스트립)
병에걸려 죽어가지만 육체뿐만이 아닌 마음의 병도 깊어 삶의 의지를 놓아가는 사람을 어떻게 붙잡아야 할지 그 누가 알까요?
이야기는 저명한 상을 수상하게 된 기념 파티를 준비하며 펼쳐집니다.

다정한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들을 두고 둘째를 임신한 로라 브라운 (줄리안 무어)은 그 무엇도 바랄게 없을 만큼 행복한 가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항상 무기력하며 빈틈없이 완벽해보이는 그 세상에 전혀 속해 있지 않은 것같이 보입니다.
로라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억누르며 사회의 정상성을 열심히 연기 해왔던 것이죠.
날이 갈수로 숨막혀오는 생활에 그녀는 자살을 결심합니다.

또 이 영화의 중심점인 버지니아 울프 (니콜 키드먼)는 거의 평생을 함께해 온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옆에 두고 어떻게든 삶의 소중함을 찾으려 합니다.
살 이유가 없어보이는 이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더욱 서글프기만 합니다.

생기가 넘치는 조카들의 뜀박질 소리와 웃음을 배경으로 하고 그녀가 눈길을 두는 것은 죽어버린 작은 새입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느끼고 있었을까요?
세상은 삶으로 가득 찼는데 죽음은 고요하기만 합니다.
가만히 누워 땅에 귀 기울이며 새와 눈을 마주치려 하는 장면이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그녀들 각자 사연과 사정이 있지만 공통점은 사랑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치열하게 싸우지만 선택은 결국 그 누구도 내려주지 않고 판단도 내려줄 수 없습니다.

죽음을 원하는 자를 사랑하고 지켜보는 자와 사랑하는 사람을 보며 죽음과 싸우는 자의 슬픈 이야기.

버지니아 울프는 극 중에 이렇게 말합니다.
‘누군가는 죽어야 남아있는 남은 사람이 삶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 ’고요.
그 말이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생각을 가지게 했던 그녀의 삶과 마음을 이해 해보려 했습니다.
사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은 각자가 살아온 삶의 결이 다른 것 처럼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그 누구도 자신의 세계관을 타인에게 손상없이 보여주고 이해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가끔은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어찌보면 정말로 우리는 혼자만이 자신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듯 합니다.
그저 내 인생의 한 부분을 누군가와 나눌 수 밖에 없을 뿐.
하지만 거기서 삶의 의미가 생기는 게 아닐까요?
나눔으로서 오는 새로움과 배려 설렘과 열의까지.
각자가 가꾸어간 세상의 부분을 나누고 소통하고 일치하는 조각속에서 위로를 찾고.
그렇게 우리는 아름다움이라는걸 배우는 것 같습니다.

좋은 각본과 연출, 그리고 명배우의 열연도 이 영화의 장점이지만 가장 큰 보물은 이렇게 삶을 다시한번 고뇌하고 답을 찾아가게 만든다는 점 같아요.
현실의 지난한 굴레에 갇혀 이리저리 치이다보면 분명 상처가 나있는데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이 곪아가기만 할 때가 있습니다.
잠시 멈추고 나의 영혼을 보듬어갈 시간이 필요하다면 <디 아워스>가 삶의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을거 같아요.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나치는 모든 인연이 행복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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