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브래드 피트의 전설적 미모 <가을의 전설> 영화 리뷰

 

브래드 피트의 전설적 미모를 볼 수 있다고 유명한 영화 <가을의 전설>을 이제서야 봤습니다.

너른 들판에서 나고 자란 삼형제와 그들의 운명에 소용돌이처럼 휘말린 여성의 이야기.

긴 러닝타임만큼 러드로우가문의 이야기가 대서사시처럼 느껴집니다.

 

브래드 피트, 안소니 홉킨스, 에이단 퀸, 줄리아 오몬드 등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나오기도 하고 아름답고 광활한 자연이 끝도 없이 펼쳐지는 풍경에 몰입도가 상당히 좋습니다.

 

저는 항상 영화를 볼 때 왠만하면 사전 정보를 최소한으로만 찾아보려 하기 때문에 과연 삼 형제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자를 누가 연기했을까 기대감이 넘쳤습니다.

 

<러브 오브 시베리아>에 주인공으로 나온 줄리아 오몬드가 주인공인것을 보고 그럼 그렇지 곧바로 납득이 되었던..

정말 광활한 서사의 시대극에 잘 어울리는 배우에요.

마냥 초롱초롱하고 청순한 미인이 아니라 강인한 개성 있는 아름다움을 지녔기에 복잡한 심경변화를 나타내기에 탁월한 마스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정부의 군대에서 대령으로 활동한 아버지 (안소니 홉킨스)는 국가의 인디언 정책의 잔인함에 치를 떨고는 자연으로 나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고, 어느 의무에도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생활을 선택합니다

 

슬하에 알프레드, 트리스탄, 새뮤얼 세 아들을 두고 원주민과 함께 어울리는 삶을 살아갑니다.

교육을 위해 도시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막내아들인 새무얼이 장차 아내가 될 사람을 데리고 옵니다.

 

여성이 부재한 곳에 오래도록 살아온 아버지와 형제들은 수잔나의 생기 넘치는 미소와 세련된 말씨, 발랄한 몸가짐에 푹 빠지게 됩니다. 

낯선 환경이 겁나고 떨릴 만도 한데 수잔나는 여유 넘치는 유머와 교양으로 그 기세가 전혀 뒤처지지 않습니다.

 

모두의 총애를 받는 트리스탄은 첫 등장부터 말 그대로 눈이 부셔서.. 좀 당황스러웠어요.

아니 말로만 들었을 때는 뭐 그러겠거니 하는데 납작한 화면 속의 영상일 뿐인데 진짜 빛이 나고 저는 막 함박웃음이 지어져서..;;

진짜 젊은 시절의 브래드 피트는 대체 불가가 맞는 것 같습니다.

 

트리스탄이라는 캐릭터는 자유분방하고 모험을 위해 살고 어느 것에도 묶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사람에게 바치는 충성은 그 어떤 것도 꺾을 수 없을 정도로 신성하고 견고합니다. 그 유대를 위해서라면 묵숨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그러니까 온몸을 던져 사랑을 하는 그런 캐릭터입니다.

 

첫째인 알프레드도 지고지순한 사랑을 합니다. 자신의 욕망을 뒤로한 채 사랑하는 이의 선택과 사회 지휘 등등을 먼저 하고 본인은 희생하지요. 하지만 거기서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겠네요. 알프레드는 온유한 사랑을 합니다.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발가벗겨 내보이는 사랑이 아닌 어떻게 보면 조건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제가 한 가지 아는 것이 있다면 자신이 온전하고서는 흔히 말하는 격정적 느낌의 사랑을 할 수가 없죠.

 

하지만 분명하게도 고귀한 가치가 있는 사랑입니다. 자기희생적인 사랑만큼 가슴 아리고 비극적인 게 어디 있을까요.

왜 슬픈 것들은 아름다운지 모르겠어요. 슬픔이 추악하기만 했다면 세상의 모든 우울은 반절로 줄었을 거라 제 맘대로 상상해봅니다. 

 

본래의 연인 새뮤얼이 전쟁으로 죽고 알프레드의 청혼을 받지만 수잔나는 사실 트리스탄에게 마음이 가있습니다. (껍데기만 보면 삼 형제 콩가루 집안.. 뒤로 갈수록 더하죠)

제가 여자인 만큼 수잔나의 감정선을 최대한 이해해보려고 애써봤어요. 모든 상황과 조건을 보았을 때 알프레드와 결혼하는 것이 맞지만 결국 수잔나는 트리스탄은 택하고 결혼합니다. 사실 최선의 선택은 새뮤얼이 죽자마자 곧바로 그 집안 을 떠나버리는 거였을 텐데요..

 

이미 달뜬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 채 동생을 죽음을 자책하며 눈물과 무너지는 트리스탄을 봤을 때 그때가 마음의 결정을 짓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남자가 자기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연약한 모습을 보일 때 여자에게는 모성본능과 함께 돌이킬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재고 따지는 것 없는 위험한 사랑이지요.

 

하지만 트리스탄은 누군가에게, 혹은 어느 곳에도 묶일 수 없는 야생의 생명입니다.

아직 동생의 죽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트리스탄은 돌아오겠다는 확정적인 기약도 없이 훌쩍 떠나버립니다. 

 

그러다가 우리의 사랑은 이미 죽었다며 다른 사람과 결혼하라는 개똥 같은 두줄 편지를 보내요..

위의 장면을 보면 알프레드를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가 없어요. 

수잔나를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고 아직도 사랑하며 당신은 행복해야 할 사람이라고 말하고 아버지는 무조건적으로 트리스탄만 두둔하며 알프레드에게 저주를 내립니다.

 

세 배우의 열연이 눈길을 못 떼게 만들어요.

이 장면 이후로 저는 알프레드만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져요..ㅠㅠ

 

영화의 주인공은 당연히 트리스탄이었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도 두고두고 생각나며 가슴을 울리는 캐릭터는 알프래드 인 것 같습니다. 

결국에 영화 속의 화려한 주인공은 우리의 살이 와 닿는 공감을 주기는 어렵잖아요..! 주인공은 카타르시스를 주는 영웅적인 역할이라면 오히려 그 뒤에 있는 인물들은 시청자의 삶을 더욱 세심하게 조명한다고 말할까요?

 

비극적인 상처를 남겼지만 결국에는 다시 하나가 되는 가족과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가을의 전설>.

남아있는 낙엽이 모두 지기 전에 한 번쯤은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ulture] - 엘르 패닝의 <갤버스턴> 영화 리뷰.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될 때

 

엘르 패닝의 <갤버스턴> 영화 리뷰.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될 때

엘르 패닝의 <갤버스턴> 영화 리뷰 한적한 주말 오후 따분하고 심심하고 왓챠 앱을 뒤적거리다가 벤 포스터, 엘르 패닝 주연의 갤버스턴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엘르 패닝은 저에게 워낙에 믿

monochronicle.tistory.com

[culture] - 톰 하디의 명연을 즐기려면 <로크> 영화 리뷰

 

톰 하디의 명연을 즐기려면 <로크> 영화 리뷰

톰 하디와 인연이 깊은 감독이자 작가인 스티븐 나이트의 실험적 영화 <로크>를 보았습니다. 어떤 면이 실험적이냐 하면 영화가 진행되는 85분 동안 장면도, 배우도 바꾸지 않고 오로지 운전을

monochronicle.tistory.com

[culture] - 마크 러팔로의 가슴 시린 멜로드라마 <나 없는 내 인생> 영화 리뷰

 

마크 러팔로의 가슴 시린 멜로드라마 <나 없는 내 인생> 영화 리뷰

마크 러팔로의 가슴 시린 멜로드라마 <나 없는 내 인생>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가 무척 좋아하는 영화 <나 없는 내 인생>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남편과 두 딸을 둔 23살 가정주부

monochronicle.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