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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러팔로의 가슴 시린 멜로드라마 <나 없는 내 인생>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가 무척 좋아하는 영화 <나 없는 내 인생>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남편과 두 딸을 둔 23살 가정주부의 시한부 선고로 시작하는 영화.

 

사라 폴리, 마크 러팔로가 주연입니다.

 

사라 폴리는 미스터 노바디에서 처음 주목했지만 요즘은 감독으로서 더욱 그 능력을 펼치고 있는 거 같아요. 특히 우리도 사랑일까를 보고 너무 감탄했었지요.

 

왜인지 소피아 코폴라와 겹쳐보이는 여성 감독입니다.

특유의 섬세하고 멀리서 관조하는 것 같은 묘사와 영화의 주제가 과장되지 낳으면서도 가슴 깊이 들어오지요.

 

 

 

나 없는 내 인생이라니, 그게 무슨 말일까요?

 

철없는 시절 사랑에 빠져 임신을 하게 된 앤.

그렇게 학업을 접고 가정에 전념하게 되나 구깃구깃한 집안 살림은 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일정치 않은 직업을 가진 남편, 자신은 대학교 야간 청소를 하며 빠듯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심한 복통을 느끼고 병원에 가보니 자궁암으로 살날이 몇 달 남지 않은 시한부 선고를 받습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실의에 빠져 울고불고할 만도 한데 앤은 걱정스러울만치 의연합니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시키고는 노트에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을 차분히 내려 적습니다.

 

제가 만약 기한이 정해진 죽음을 마주한다면 어떻게 반응할까요?

 

 

 

몇몇의 노트 중엔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의 새로운 여자를 찾아주는 것과 본인 또한 새로운 사랑을 겪어보기로 합니다.

짧지만 일평생을 살면서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어린 두 딸을 위해 희생만 하다 죽을 날을 마주하니 본인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 거 같아요. 

 

 

 

마크 러팔로는 여기서 앤과 새롭게 사랑에 빠지는 리 역할을 맡습니다.

세간에는 헐크의 마크 러팔로로 많이 알려졌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마크 러팔로가 더욱 익숙해요.

초등학생 시절 13 going on 30를 보고 정말 푹 빠졌었죠.

 

하지만 여기선 연기의 톤이 무척 무겁습니다.

리도 일련의 상처가 있는 인물로 앤의 그 무거움과 같은 결을 느끼지요.

 

 

 

 

어떻게 말하면 낯도 가리고 과거의 상처로 마음의 벽이 무척 두터운 사람인데 앤을 사랑하고부터는 모습이 한 번에 바뀝니다.

앤을 데리고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고 싶다며 신이나서 말하는 리를 보고 앤은 쓴웃음밖에 지을 수 없어요.

 

어느 사람은 리와 앤의 관계를 보고 저건 불륜이니까 도저히 용납 못하고 흥미가 떨어졌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저는 한편 그렇게 생각했어요.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도덕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세상에 옳고 그름이라는 게 잘 생각해보면 그저 개인의 의미부여에 달려있지 않던가요?

 

 

 

현대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잖아요. 그리고 스트레스 지수는 말도 할 것 없고 미래는 암흑처럼 깜깜해 불안하기 그지없지요.

거기에서 한줄기의 등불이 돼줄 무언가가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에 앤의 리에게 보내는 편지는 분명 너무 슬픔에도 불구하고 웃음 짓게 만듭니다.

미련 없이 떠났음을 알기 때문에 그녀를 위해 행복해질 수 있고 삶을 나아갈 용기도 만들어낼 수 있는 리의 모습이 단단하게 보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생각할수록 가슴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 나 없는 내 인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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