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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델피의 <세 가지 색 : 화이트> 리뷰 사랑에 평등이란 존재하는가

 

 

지난 9월 26일 용산 아이파크 CGV에서 하는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특별전을 보러 갔습니다.

사실 비포 선라이즈 트릴로지의 줄리 델피를 너무 좋아해서 줄리 델피 하나만을 보고 영화를 선택했어요.

<세 가지 색 : 화이트>는 블루, 레드, 화이트. 이렇게 프랑스 국기의 세 가지 색을 주제로 각기 청색(자유), 백색(평등), 적색(박애)의 정신을 나타내었다고 합니다.

 

 

줄리 델피는 영화의 부제목답게 새하얗고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물론 세상에 이런 꿈결 같은 아름다운 사랑이 지속된다는 걸 믿기 힘들다는 듯이 그녀의 사랑은 차갑게 변하다 못해 잔인하게 주인공을 떠납니다.

 

 

매달리는 카롤에게 남성성을 비웃는 비수의 말을 꽂으며 떠나는 도미니크. 조각처럼 아름답습니다. 카롤은 후에 조각을 어루만지면서 그녀를 그리워합니다.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주인공을 도와주고 더할 나위 없는 친구가 되는 미콜라이였어요.

죽음을 원한다는 캐릭터는 언제나 봐도 매력적이고 기억에 오래 남지요.

특히 아무도 없는 지하에서 두 번째의 기회를 얻게 된 그의 묵묵한 표정이 감명 깊었습니다.

 

 

 

폴란드에서 이발사 일과 보디가드 일을 병행하면서 열심히 돈을 모아 땅 투기까지 감행해 엄청난 일확천금을 거머쥔 카롤은 기묘하게도 자신의 죽음을 꾸며 전재산을 전 아내 도미니크에게 상속하는 등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보입니다. 그러고는 슬퍼하는 도미니크의 방에 찾아가 사랑을 나누고 자신의 남성성의 귄위를 확인합니다.

다시 사랑에 빠진 도미니크를 조용히 떠나고 그녀를 덫에 빠뜨려 감옥에 철장 신세를 지게 만듭니다. 

여기까지는 복수극인가?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카롤은 감옥 창밖의 자신에게 형을 다 살고 나면 자신에게 돌아가겠다는 도미니크를 보며 감격인지, 슬픔인지, 벅차 하며 눈물을 잔뜩 흘립니다. 

도미니크의 감정선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카롤의 의도도 영 오리무중이고 머릿속이 복잡하더군요.

자기를 떠난 도미니크의 처지를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자신은 불법을 자행하면서까지 부를 축적해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습니다. 

사랑의 평등은 폭력을 동행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상대를 끌어내려 마주하는 사랑은 진정 사랑이 맞는 걸까요?

도미니크는 어째서 분노하지 않았을까요?

해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 영화가 프랑스 국기의 3대 정신에 의거하여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남녀 간 사랑의 관계 속에서의 평등에 대해 말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선 프랑스라는 국가가 평등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영화 속 주인공의 국적인 폴란드와 그 영화의 감독인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가 폴란드인인 것을 염두에 두면 더더욱이요.

객관적인 시선에서 프랑스는 종종 아름다움과 선망의 대상으로 그려지곤 합니다. 영화 속의 줄리 델피도 프랑스인이고 매우 아름답게 그려지지요. 

이 사실을 알고 결말을 살펴본다면 엔딩이 전혀 황당스럽지 않게 느껴집니다. 

오히려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프랑스에 대한 차디찬 비난과 전복 욕구가 보이는듯합니다. 

한편으로는, 그 방식이 뒤틀리고 거북함이 들면서도 말이지요.. 하지만 그 점은 영화니까, 예술로 승화됩니다.

거친 폭력성 앞에선 어쩔 수 없이 오히려 그것에 의존하게 되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저 자신의 나약함도 엿보았습니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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