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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리뷰. 감독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생애를 그려내다

 

요 며칠 동안 용산 아이파크 CGV에서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특별전을 하는 거 같더군요.

어쩌다 보니 <베로니카의 이중생활>과 <세 가지 색 : 화이트> 두 편을 연달아 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배우가 아름다우니 시간도 보낼 겸 봐야겠다 하는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갔다가 모두 크게 낭패를 보고 무척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언가 심오한 것을 담고 있는데 이는 이 영화의 감독에 대해 알지 못하면 정말 뜬구름만 잡는 느낌이더라구요.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1941년 폴란드 출신의 동유럽을 대표하는 감독인 그는 어지러운 고향의 정치적 상황을 피해 프랑스에서 활동을 하게 됩니다.

프랑스에서 크나큰 성공을 거두지만 자신의 고향인 폴란드와 그곳에서 자신의 입지, 현재 자신의 상황과의 간극에 모종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전에 이 정도만 알고 갔어도 그렇게 길을 잃은 듯이 당황스럽진 않았을 텐데요..

 

 

 

먼저,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동일한 외모와 동일한 나이 등을 가지고 있는 도플갱어인 폴란드의 베로니카, 그리고 프랑스의 베로니크가 등장합니다. 여기서 영화 처음부터 감독 본인의 생애를 표현했다는 걸 인지하고 보면 지루함 없이 아름다운 영상미와 여러 장면들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따라잡으며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주인공은 영화 내내 투명한 유리알을 자신의 풍경에 비추어 봅니다.

 

 

반영되는 사물은 거꾸로 보입니다. 

 

자아라는 것은 본인이 바라보려 하는 상황과 일치하지 않으면 모든 게 거꾸로이고 옳지 않고 곧 무너져 내릴 거 같지 않던가요? 

 

 

 

 

폴란드의 베로니카는 공연 중에 무너져내려 숨을 거두고 맙니다. 

(참고로 이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은 키에슬로프스키의 친한 동료인 폴란드 출신의 작곡가 즈비그니에프 프레이즈너가 작곡하였습니다.)

 

 

 

한편, 프랑스의 베로니끄는 무언가 설명하지 못할 슬픈 감정에 휩싸입니다.

이렇게 키에슬로프스키는 자신의 폴란드에서의 자아 상실을 슬퍼하며, 표현합니다. 

 

 

프랑스의 베로니끄는 슬픔을 뒤로한 채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자신의 생활을 영위해나갑니다. 

 

여기서 너무 아름다운 장면이 나옵니다.

 

 

섬세한 손길로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지휘하는 알렉상드르. 그리고 사랑에 빠진 베로니끄가 있습니다.

알렉상드르는 퍼펫마스터임과 동시에 동화작가이기도 합니다. 

후에 베로니끄가 여행 중에 찍은 사진에서 베로니카를 별견하기도 하지요.

 

베로니끄를 발견하는 베로니카
상실감에 눈물을 흘리는 베로니끄를 위로하는 알렉상드르

 

알렉상드르는 영화의 끝에 베로니카와 베로니끄의 마리오네트 인형을 만듭니다. 그리고 둘의 이야기를 소설로 엮어냅니다. 

저는 알렉상드르가 이 영화를 만들어내는 감독의 위치를 표현한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이 잃어버린 폴란드에서의 모습, 그 상실감을 예술로 승화해 영혼의 상처를 위로하고자 함이 아닐까, 먹먹해졌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색감이 온통 붉은색입니다. 보통 빨강은 정열과 욕망의 색을 떠올리지만 이곳에서 만큼은 빨강이 아니 붉음의 느낌이 진했습니다. 운명의 거침없음을 중후하지만 자비롭게 느껴지게 하는 팔레트였습니다. 

 

 


 

영화관 밖을 나오면서는 말 그대로 동공 지진만이 함께 했었습니다.. 허허

하지만 의미를 찾고 곱씹으면서 더욱 가슴속 깊이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우리는 어떤 모습을 잃어버리고 살아왔을까요?

하루하루를 잘 보내면서도 갑자기 느껴지는 공허함과 무력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을 보고 전혀 들춰보지 않았을 깊은 마음속 한켠을 엿보게 되었습니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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