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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비간(Vigan) 여행기

 

어학원 생활이 적응되었을 무렵 나, 모모, 레이나, 나희 언니 이렇게 넷이서 필리핀 남부 쪽인 비간에 여행을 가게 되었다. 내가 공부를 했던 바기오는 북쪽이라 선선하고 비가 자주 오는 지역이었는데 이곳은 푹푹 찌는 여름 날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는 스페인에게서 지배를 받았던 300년 동안 만들어진 유적들과 건물들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해서이다!

 

 

알록달록 히 꾸며진 버스! 원래는 새벽 여섯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필리핀답게 사람들이 넘치도록 많아서 밀리고 밀려 10시 차를 타게 되었다. 줄이 한 15미터 넘게 서있었던 듯... 네 시간 동안 기다리는데 너무 힘들어 다 때려치우고 기숙사에서 쉬고 싶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길 잘했다!

 

 

네 시간 넘게 기다려 얻은 버스표ㅎㅎ 허무하게도 그냥 종이 쪼가리었다.  시작이 반이라더니 시작부터 기운이 반이 빠져버릴 줄은 몰랐네.

버스 안은 한국 고속버스처럼 쾌적하고 시원했다. 근데 이것도 초반만 그랬지 출발할 시간이 되니까 사람들이 꾸역꾸역 밀려들어와 버스 복도에까지 쭈그려 앉고 가는 사태가ㄷㄷ.... 마이 불편했다.

 

 여긴 직통버스도 없어서 꼬불꼬불 어디 들렸다가 사람들 왔다갔다하고 정차를 하기만 하면 잡상인들이 들어와서 땅콩을 팔았싸서 환장하는 줄..

 

 

 

우여곡절 끝에 도착 후 저 작은 이동 수단을 네 명이서 꾸겨타고 관광지로 출발~

 

 

예쁜 기념품도 구경하고 (저 거북이 모양 북마크 집어올걸 괜히 후회되네)

 

 

사진으로도 보이겠지만 건물들이 중세 유럽 분위기가 물씬 난다. 하지만 중간중간 보이는 동남아의 알록달록 원색의 느낌들이 섞여있어 찬찬히 돌아다니며 사진 찍기가 참 좋았다.

 

 

36도의 더위에서 돌아다니다 보니 목이 말라 식당에 들어가기로 결정.

 

 

깔끔한 인테리어

 

 

음식 시켜놓고 기다리며 사진 찍고 놀았다. 기념품점에서 하나 건진 말 모양 열쇠고리도 찍구~
저저 음료 파인애플이었는지 망고였는지 밍밍하고 드럽게 맛없었다. 물에 과일 파우더 섞은 맛. 

 

음식도 전체적으로 음.... 허술ㅜㅠ 저 파스타가 그나마 좀 맛있었던 듯?

 

 

본격적으로 비간 탐방을 하기 위해 우리도 마차를 하나 구했다. 

 

 

지은지 백 년이 넘었다는 종탑 보러 가는 길. 필리핀에 졸리비는 어딜 가나 있다. 한국의 롯데리아?!

 

 

 

종탑 앞 성당. 여긴 나중에 들어가 보기로 하구

 

 

마리아 동상. 사람들이 앞에 가서 기도 많이 하더라

 

 

짠! 앙증맞은 종탑이 보인다.

 

 

 

날씨가 너무 청명해서 사진이 정말 잘 나왔다.

 

 

얼른 올라가 보고 싶은 마음에 혼자 달려가서 사진 찰칵찰칵

 

 

끝까지 올라가 본 풍경도 찍고 개미같이 작게 보이는 친구들도 담아보고

 

 

 

딱 봐도 오래된 세월이 느껴진다.

 

구경 실컷 하고 아까 지나친 성당으로 고고

 

 

기대 안 하고 들어갔는데 내부가 웅장하고 화려해서 깜짝 놀랐다. 이때 금색과 파란색이 이렇게 고급 지게 어울릴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진짜 사람 머리카락인 줄 알고 놀랐는데 그건 아니고 오래된 천사 인형이란다. 잘 보면 인형 눈깔도 있고 손도 있다.ㅎㅎ

 

 

파킹 해놓은 마차 타고 다음 목적지인 유명한 대통령 사가였나 별장이었나를 가는 길에 마주친 신동엽을 닮은 아이. 얼마다 까불거리던지...ㅎㅎ

 

 

가는 길 바람도 솔솔 불고~

드뎌 도착! 말끔하고 탁 트인 게 보기 좋다.

 

 

대통령이 즐겨 입었다는 옷과 신발들. 저 소재를 모시라고 하는가? 바람이 솔솔 잘 통하게 생겼다.
알록달록 구두들은 지금 신어도 패피들이 잘 소화해 낼 거 같다. 빈티지하고 이쁨.

 

 

관광지 어딜 가나 있는 박물관. 팔찌랑 스카프 은근히 탐났던 기억ㅎㅎ

 

 

자수 작품도 있었는데 평소 자수 취미생활에 관심이 많아서 자세히 보았다. 이 정도로 얼기설기 수를 놓아도 뭐가 뭔지 표현도 되고 나름대로 멋이 있구나.

 

 

필리핀 역사를 그림으로 설명해 놓았던 거 같았다. 스페인어로 되어있어 도통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여기도 미션 클리어 했다! 여행이 뭔가 도장깨기 게임 느낌인듯ㅎㅎ

 

 

여긴 도자기 만드는 곳.

 

 

망고 천국 필리핀엔 이렇게 길바닥에 망고가 널려있다. 

 

 

마지막 투어 장소였던 히든 가든. 미로처럼 꼬불꼬불 생겨 걸어 다니며 찬찬히 걸어 다니기에 좋다. 공기도 좋고!

 

 

아기자기 소품들도 많아 사진 찍기에 최적화!

 

 

기념품샵은 안 들릴 수가 없지. 히히

 

 

소원을 빈다고 저렇게 돈을 놓은 거 같은데 누가 안 집어가나 걱정됐던..

 

 

다시 광장으로 돌아가는 길. 이때쯤 되니 노을이져 그림자가 길어졌다.

 

 

이 사진은 왠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생각난다.

 

 

어스름해지니 조명도 키고 테이블도 밖에 내놓고 더 풍경이 이뻐졌다.

 

 

이모저모 은근히 잘 꾸며놨다 이 동네ㅎㅎ

 

 

비간 여행 마지막 대미인 분수쇼를 기다리는 중.

 

 

쿠궁쿠궁 웅장한 노래와 함께 시작~ 실제론 더 이쁜데 사진에 잘 안 담겼다.

 

한 삼십 분 동안 분수쇼를 했는데 그중 반절은 한국 노래가 나온거같다ㅋㅋ 머나먼 타국에서 한국 노래를 들으며 있자니 웃겨서 실소가ㅎㅎ 오 필승코리아랑 오렌지캬라멜, 슈퍼주니어 노래 등등 나왔음! 한류의 힘이 참 대단하구나...!

 

우리가 자리를 잘못 잡았던 게 바람이 우리 쪽으로 불어와서 저 미세 물방울들이 엄청나게 쏟어져 내렸다. 덕분에 쫄딱 젖음. 물도 엄청 더러웠는데... 하루 종일 흘린 땀과 섞여 꿉꿉함 배로 증가ㅠ

그래두 이거 안 보고 돌아갔으면 서운할 뻔!


요것을 끝으로 비간 여행은 마무리됐다. 후에 정신없이 버스정류장으로 돌아와 아홉시 티켓을 겨우 산뒤 기숙사에 3시에 도착.. 에어컨이 빵빵한 버스에서 오들오들 떨고 꾸벅꾸벅 졸다가 왔다. 버스 안에 기사분이 7080 명곡 락 모음집을 틀어놓으셨는데 지금도 그쪽 장르의 노래를 들으면 필리핀의 무더위와 숨 막히는 듯한 습기가 떠오른다. 
몸은 많이 피곤했어도 너무 좋은 추억으로 남았던 비간.
그리워질 때마다 7080 노래를 틀고 이 글을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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