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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블란쳇의 <어디갔어, 버나뎃> 영화 리뷰. 가슴 따듯한 이야기

 

 


맑은 가을날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은 맘에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어디 갔어, 버나뎃을 예매했습니다.

아무 사전 정보없이 예고편만 슬쩍보고 아 뭔가 사이코패스 스릴런가? 하고 갔는데 엄청난 착각이었어요ㅎㅎ

정말 예고편을 대충 봤나봅니다. 날씨가 너무 좋은 탓에 걸어서 용산 아이파크몰 CGV에 방문했습니다. 

 

버나뎃은 유망한 건축가로 명망 높은 상까지 받고 끝없는 꽃길을 걸을 미래가 유망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모종의 사건으로 건축가의 길을 벗어나 시애틀로 이주한뒤 이웃들에게 무례하기도 하며 매번 불안증세에 시달리고 잠에 잘 못 드는 불면증까지 겪습니다. 

엄청난 저택이지만 오래되고 제대로 관리를 못한탓에 나무덩굴이 무성지고 이웃집의 담장까지 넘어가려 하는 등 가장 가까운 이웃가 틈만 나면 고성이 오가는 하루하루.

여러 사전이 극에 달한 어느 날, 버나뎃은 사라지고맙니다.

도대체 버나뎃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을 맡고 <보이후드>, <비포 선라이즈> 등 비포 트릴로지를 제작한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감독을 했습니다.
두 영화 모두 제가 사랑해마지않는 영화인데요, 과연 그 특유의 섬세한 따듯함이 제대로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가볍지만 경박하지는 않게, 아름다운 배경을 눈여겨보게 되는..

 

버나뎃과 남편 엘지, 그리고 딸인 비와 합께 오래된 저택에서 오손도손 살고 있는 가족. 분명 버나뎃의 불안증세를 인식하긴 하지만 영화 초반부의 대화나 자잘한 사전들을 보며 너무너무 행복한 가정 같아 보였어요.

특히 수리할 곳이 수없이도 많아 보이는 저택도 너무 매력적이었고요.

 

큰 갈등의 시발점이 되는 이웃사촌 오드리. 크리스틴 위그가 연기했습니다. 역시 필름의 감초 역할답게 너무 찰지고 재미있는 연기를 선사했어요. 문제의 자연재난? 덕분에 버나뎃과 목소리를 높여가며 싸우는데 서로 영기 명배우라 그런지 티카타카가 잘 되더라고요.

초반엔 짜증 나고 귀찮은 캐릭터였는데 보면 볼수록 정이 드는 캐릭터죠. 영화 보신 분들을 아시겠죠??

 

갈등이 불어 커다란 눈덩이가 되고.. 저는 지금까지 남극을 여행할 장소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새하얗고 파랗고 눈부신.

 

남극의 바다에서 홀로 카누를 타며 생각에 잠긴 버나뎃은 멀리서 누구냐고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합니다.

"저도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어요"

복잡한 현실세계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연밖에 없는 곳에서 인간인 내가 서있게 된다면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들 거 같아요.

내가 누구지?

사실 지금까지도 저는 몇 번이나 자문하고는 합니다.

버나뎃은 어쩌면 잃어버린 본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기 때문에, 그 과정은 분명히 전쟁이었을 것이기에 주변과의 불화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현대인 중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살아가는 이 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오로지 의무에 의해, 현실에 치여서, 생존해야 하니까 그렇게 살아갑니다.

질병을 달고 살아가지 않는 자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예요.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찾고 다시 본인의 꿈을 발견했을 때 생동감이 넘치는 버나뎃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을 거 같습니다. 

우리는 그런 꿈들을 잊어가고 있진 않나요?

 

영화가 주는 메세지가 크게 울려 찾아보니 원작이 소설책이었습니다.

지치고 혼란스러울 때 나를 확인하고 꿈에 확신을 깃들 일수 있도록 책은 꼭 한 번 소장하여 읽어보고 싶네요.

 

지금까지 버나뎃, 어디 갔어? 의 감상평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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